2009년 05월 19일
소설가 김훈 선생님을 만났습니다.
대학원 수업을 가기 위해 서울역 플랫폼에 내려가는데
제 바로 옆에서, 눈빛이 형형한 노신사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습니다.
이전에 단 한 번도 만나뵙지 못한 분이지만, 어쩐지 눈에 익었습니다.
저는 망설이다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.
"혹시, 소설가 김훈 선생님 아니세요?"
눈빛이 검광같은 그 초로의 신사는, 저를 한번 흘끗 보더니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으며
"네."
하며 자신의 길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가셨습니다.
뒤도 돌아보지 않으셨습니다.
전 잠깐 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.
제가 진심으로 존경하고, 동경하는 대작가.
언젠가 한번쯤 뵈었으면 영광이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분.
언젠가 강연회 같은 장소에서, 먼 발치에서라도 한번 보게 될 날이 있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.
그러나 바로 저의 옆을, 그분은 그저 바쁘게 걸어가고 계셨습니다.
주변의 사람들은 아무도 그 대가를 알아보지 못했고
전혀 예상치 못했던 형태의 만남에 저만이 굳어져 있었고 그 분은
늑대같은 눈빛으로 그 군중 속을 걸어가셨습니다.
그 분께 사인이나 악수를 청해야겠다는 생각은 감히 품을 수 없었고
단지 그분의 형형한, 검광같은 눈빛.
그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늑대같은 고고함 만이 제 몸을 벼락처럼 때렸고
그래서 전 한참 굳어져 있었습니다.
그래도 간신히 용기와 정신을 차리고, 멀어져 가는 그분의 등 뒤에 소리쳤습니다.
"선생님, 건강하세요!"
그 분은 짧게 절 돌아보며, 짧게 대답하셨습니다.
"고맙습니다."
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전 그분의 뒷모습을 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.
흐릿한 이 사진 한장만이, 뭔가 제게 계시같은 잠깐의 만남을 증거하는 유일한 것입니다.
한가운데 찍힌 김훈 선생의 흐릿한 모습은, 지금도 제 망막에 찍혀져 인화되어 있습니다.

# by | 2009/05/19 00:47 | 글공부와 창작 | 트랙백 | 덧글(5)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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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저 분의 고고함을 닮고 싶고 부러운것이 사실입니다. 저 분의 천성인 그 타협없는 꼬장꼬장함까지 닮지는 않더라도요. 저 분이 현재 있는 '위치' 가 부럽고 또한 동경하고 있다는 말씀이 더 맞겠네요.
무슨 말씀인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. 숭상하던 작가분에게서 크게 실망한 경험은 저 역시 있습니다. 그러나 제가 저 분을 존경하고 영웅시하되, 저 분의 내면까지 닮으려는 것은 아닙니다.
저는 부산에 사는 여고생입니다.
바로 어제 , 저희 학교에서 주최하는 '저자와의 만남'이란 조그마한 교내 행사에
김훈 선생님께서 오셔서 만남을 가졌는데 아마 부산에 오기 위해 서울역에서 출발하시기 전의 모습인 듯 합니다. 사진 속 모습을 보니 김훈 선생님이 맞네요^^
정말....우연히 .... 그냥 한 글 자 적고 갑니다^^